A씨는 아현역에 내려서 걸어간다.
그는 아현역을 어두컴컴한, 유동인구가 적어서 구역사 실내 인테리어를 유지하고있는 역 내부가 인상적이었던 동네로 기억했다.
2010년 전후로 마포, 특히 공덕~아현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재개발이 크게 이뤄졌었다.
3년전 마래푸 임장할때 와본적이있다.
당시에만해도 직장도 없었고 부동산에 관심도 없었지만 그래도 마포의 랜드마크같은 아파트라고 생각해서 와봤었다.
지금은 마포더클래시라던지 다른 신축이 더 생겨서 예전만한 위용은 줄었지만 그래도 마래푸는 마래푸다 라고 생각했다.
A씨는 아파트를 사기 전에도 당시 가진 예산으로도 마래푸는 어림도 없었지만
지금와 다시 돌이켜봐도 준신축에 가까운 아파트를 안사길 잘했다는 마음을 가진다.
그는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선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고통은 어려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A씨는 마래푸 근처에 위치한 화이트리에를 보면서 '화이트리에 같은 비싼 빵집이 상권에 들어있는 아파트'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 비록 힘든일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계기로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 거라고는 '숙제'로 빵을 사러 가는 것 뿐이지만 주변상권까지 알아가는 '부동산 전문가'가 되는것 같아서 나쁘지 않은 마음이 든다.
A씨가 오늘 이렇게 아현까지 온 이유는 아내에게 지난번에 빵을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했고,
오늘 가서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기 전 아내의 혈당을 올려놓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덕분에 집으로 가는 길을 1시간 가까이 넘게 돌아가게되었지만 기꺼이 가자는 마음을 가진다.
약간의 내리막길을 지나서 빵집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하루에 한정된 수량만 판매한다고 들어서 그런지 빵을 올려두는 곳에는 빈곳이 많다.
남아있는 빵이라고는 풀사이즈 빵 두개뿐이어었다.
인터넷으로 볼때는 6,000원짜리 하프사이즈 식빵이 있어서 그걸 사가려고했는데 지금은 그 사이즈가 없다.
'빵이 더 없나요?'
'네, 지금 다 팔려서 풀사이즈 두개뿐이세요'
이번달 생활비도 거의 다 썼고, 그의 용돈도 거의 다 사용해서 개인적인 소비를 거의 하지 않고있었다.
오늘 이미 잡다하게 병원에서 결제한 금액을 합쳐보면 5만원은 넘을것이다.
실비보험이있지만 그것도 다 돌려받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실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빵가격의 심리적 저항선이 있었다.
구두가 10만원인것은 사치라고 할 수 없지만 양말이 10만원인것은 사치재의 범주라고 생각할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식빵이라 함은 모름지기 4천원이 최대 가격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화이트리에는 제일 작은 하프 사이즈가 6천원이었고, 지금 그가 살 수 있는 식빵은 풀사이즈 11,000원짜리 뿐이었다.
그나마도 지금 다른 손님이와서 주변을 둘러보고있기 때문에 위태로웠다.
그는 다른 손님이 결정을 내리기전에 만천원짜리 식빵을 집어들었다.
그거마저 빼앗긴다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사라진다.
'이걸로 주세요 (드럽게 비싸네)'
A씨는 빵을 들고 집에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스마트폰 어플을 보니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서 40분 가는 방법이 나온다.
스크롤을 내려보니 버스 한번에 타고 가되 55분 걸릴 거라고 나온다.
버스에 앉아서 오늘 있던일을 핸드폰으로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셨고 몇차례 정밀진단을 할 예정이다.
진단이 끝난 후 몇일내로 수술을 할것이다.
진단 결과가 좋으면 수술을 안할 수 도 있다지만 그건 환자를 안심시키기위한 말이란걸 잘 안다.
어머니도 병원에 계신다. 어머니가 더이상 일을 하긴 힘드시다.
갑자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당근마켓에 일을 제공한 사람도 황당하겠지만
남편이 입원을 한 어머니도 제일 황당할 것이다.
A씨는 그보다도 스스로가 제일 황당하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이름으로 들어둔 진단비 보험만 있었어도 3천만원이 일시금으로 들어왔을것이다.
비급여 진료까지 받으면 부족할 수 도 있지만 지금만큼은 아닐것이다.
그동안 무당한테 주던 복비와 부적쓰는 돈만 안주었더라도 보험을 계속 유지했을텐데라는 생각이든다.
그런 생각이 드니 A씨는 울화통이 치민다.
부모자식 관계는 천륜이라고 생각했던가.
주변인들 케이스 중에 '사고치는 부모님'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런 지금 사고치지는 않았지만 세워둔 계획에 큰 위험을 초래한 부모님이 밉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매달 200만원씩 부족하게된다면 아들인 그도 보태야한다고 생각한다.
형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외동으로 자라서 도움받을 곳도 없다.
이런 내용을 아내에게 결국 설명해야하는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신축 아파트에 가면 모든 고생을 보답받을 거야'라고 위로하면서 모든 사고싶어하는걸 막았는데,
만약에 지금 모으는 돈을 줄이고, 완공되면 '우선 전세를 주고 2년 후에 모아서 들어가자'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직 5년이나 남았고, 또 아직 모은돈이 채 5천이 다 되지않는데 2년이면 될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가슴이 먹먹해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나중으로 돌린다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할 생각에 집에 들어가기 힘들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만천원짜리 식빵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만천원이 싸게 느껴진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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