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2) 썸네일형 리스트형 너랑 만날 바에야 결정사를 간다(7) 지혜씨는 핸드폰 수화기를 귀에 대고 발신음을 세번이고 네번이고 기다린다. '여보세요?' '오빠, 내일 대구갈게, 잠깐이라도 보고싶네'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내일 온다고?' 동호씨가 지혜씨의 뜬금없는 방문 예고에 당황해한다. 갑자기 왜 오는지, 이미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갑자기 온다는거냐, 이런적이 없었느냐 등 당황해하는 말을 이어간다. '자고 가는거 아니니까 걱정마.' 단호한 지혜씨의 대답에 동호씨가 대답이 없다. 동호씨도 뭔가 생각이 있는 건지 눈으로 보이지 않고 귀로 들리지 않지만 그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알겠어. 내일 봐. 역으로 데리러 갈게' 전화를 끊은 지혜씨는 서둘러 KTX 어플을 켜고 왕복 티켓을 산다. 급하게 사는거라 티켓이 있을지 걱정했지만 .. 너랑 만날 바에야 결정사를 간다(6) 지혜씨는 스타필드로 피신 나와 있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지혜씨는 주말에 일이 없을때 스타필드에 오곤 한다. 주말 아침에 올림픽대로를 타고 드라이브도 하고, 온갖 상점들이 몰려있는 스타필드가 편하다. 동호씨가 서울에 있을때는 주말마다 데이트를 했지만 대구로 간 뒤로부터는 주말이 참으로 한가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찾아온 오빠 가족을 피해서 스타필드로 왔다. 주말에 스타필드는 사람이 너무 많이 오지만, 그래도 집에 앉아 문 너머로 들려오는 TV소리와 조카 소리를 듣는 바에야 인간군상들과 마주치는게 낫다는 지혜씨의 판단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점포들과 심심하면 옷도 입어보고 서점에 들릴 수 있는 스타필드가 지혜씨는 좋다. 지혜씨는 즐겨가는 2층 스타벅스에서 구석탱이에 앉아 노트북을 하.. 너랑 만날 바에야 결정사를 간다(5) 지혜씨는 새로 발령받은 팀이 퍽 마음에 든다. 지혜씨는 공채로 이 회사에 입사하였다. 그녀는 개인적으로는 경영학과 출신답게 마케팅 부서에 발령되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뜻과 다르게 지주사의 전략기획팀으로 보내버렸다. 여러 계열사를 지닌 회사의 컨트롤타워인 지주사에 전략을 짜는 전략기획팀에서의 생활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막상 막내사원인 지혜씨가 할 일은 크게 없었다. 그저 예전부터 주어진 자료를 보고 읽는게 전부였다. 하루는 아무 일도 맡겨지지 않고 과거 자료를 읽다가 하루가 끝난 적도 있었다. 중요한 일을 하는 시즌이 되면 그녀가 맡은 일은 보고서 오타를 검토하고 인쇄해서 스테이플러를 찍는 일이 전부였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말하는 선배.. 너랑 만날 바에야 결정사를 간다(4) 지혜씨는 '박지훈'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그 이름이 얼마나 싫었는지 박지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팀'의 신입사원이 메신저로 업무 부탁을 할때는 세상 싸가지없는 사람으로 변해 메신저에 답을 했는지 기억이 난다. 물론 나중에 '다른 일로 바빠서 그렇게 답했다. 미안하다'라고 사과했지만, 차마 전남친과 이름이 같아서 그랬다고는 말을하지 못했다. 박지훈만 생각하면 지혜씨는 중국 보이스피싱 일당들에게 직장생활동안 모아둔 돈을 다 빼았긴 피해자가 된 마음이 들정도이다. 그녀를 사기치고 몸과 마음을 다 앗아간 쓰레기같은 놈 이라는 생각을 한다. 박지훈씨는 지혜씨의 두학년 위의 연세대 선배였다. 지훈씨의 과는 경제학과로 경영학과인 지혜씨와는 다르지만, 경영학 마케팅 강의에서 만났다. 경제학과 학생도.. 너랑 만날 바에야 결정사를 간다(3) '고모~~~~~~~' 지혜씨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 문을 열었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것 같은 조카가 가장 먼저 문 앞으로 와서 지혜씨를 반겨준다.지혜씨는 힘이 들어 오늘은 힘껏 안아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허리를 숙여 볼이 닿게 꼬옥 안아준다.지혜씨는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내가 낳지 않았기때문에 이렇게 귀엽기만 하겠지'라는 생각을 해본다.육아없는 아기는 책임없는 쾌락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고모, 고모라고 말하던 조카가 너무 귀여워서 주담대를 갚고 난 얼마 안되는 본인의 품위유지비를 쪼개서 조카의 선물을 사줬다.그 어떤 남자에게도 이렇게 헌신적으로 소위 갖다 받친적이 없는데, 지혜씨는 조카 선물 살때는 가격표를 보지 않았다.이라는 유튜브 영상 제목을 보고 오빠 부부만 좋은일 시키는게 아닌가 싶었.. 너랑 만날 바에야 결정사를 간다(2) "두분은 이쪽으로 오셔서 설명 들으실께요!"지혜씨와 남자친구 동호씨는 같이 비닐코팅된 설명서를 집어든다. 직원의 차분하면서 쉼없는 안내가 이어진다. 직원은 이런 안내를 수십 번 넘게 해 본 모양새이다. 쉼없이 설명이 이어졌는데 어떤 것을 하면 안 되는지, 어떤 식으로 힌트를 받을 수 있는지 설명을 쭉 해 준다.지혜씨는 물 흐르듯 이어지는 설명이 bgm처럼 느끼며 딴생각이 들때, 의욕이라고는 쥐뿔도 없어 보이는 동호씨 쳐다본다. 지혜 씨는 방탈출이던지 크라임씬 등의 열렬한 애청자였는데, 동호씨는 그저 뉴스나 삼프로티비 같은 경제 유튜버만 보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지혜씨는 그런 그의 성향을 알고 있지만, 다른 커플들 처럼 남자친구와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방탈출을 하게되었다.일요일 저녁.. 너랑 만날 바에야 결정사를 간다(1) 지혜씨는 빠른 90년생이다. 그녀의 친구들은 전부 89년생이다.그럼에도 지혜씨는 나이를 밝혀야 하는 순간이 오면 90년생이라고 대답한다.윤석열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만나이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하라고 했고,그녀는 스스로 정부의 정책을 따르는 것이 사회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절대로 한살이라도 낮춰서 어려보이고 싶다 라거나 80년생이 아닌 90년생에 머물고 싶어서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혜씨는 대한민국 최고 학교 중 하나인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그녀의 부모는 그녀가 어릴적부터 똑똑하고 공부의 소질이 있음을 알아채고 분당에서 대치동으로 이사했다.덕분에 삼성전자에 다니는 그녀의 부친의 출퇴근 거리가 몇배는 길어졌지만 이사에 불만은 없었다.그녀는 대치동에서 초중고 학창시절 12년을.. 나의 하나 뿐인 훈장, 서울 재건축 아파트(끝) A씨는 아침 출근길 마음이 무겁다. 08시까지 출근하는 아내와 09시까지 출근하는 A씨는 서로 출근준비시간이 다르다.아내의 경우 6시 15분에 일어나 준비해서 출근한다. 아내가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기 소리에 6시 40분쯤 A씨가 일어난다.일반적으로 일어나서 서로 잘잤는지 물어보고 기분 좋게 다정한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하지만 오늘은 아내가 냉랭하다.어제의 여파가 있어서 그렇지만 묻는 말에 짧게 '어'라고 대답하고 마주쳐도 급하게 지나갔다.이게 사과한다고 될 것이 아니기에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겠거니하고 말을 줄인다. '갈게' 라는 짧은 말 한마디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내는 출근했다.A씨도 부랴부랴 씻고 재활용쓰레기 버릴것을 정리하고 세탁기에 예약을 눌러두고 나갈 준비를 한다. 출근길이 이렇게 길게 .. 나의 하나뿐인 훈장, 서울 재건축 아파트(14) A씨는 매일 가는 단지내 퇴근길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전세를 주더라도 본인 소유의 집이고, 집값이 계속 오르는건 매한가지일텐데 왜인지 내것에서 멀어진 기분이다.그래도 5년후가 아니라 짧으면 7년, 길면 10년으로 밀릴 수 있지만 새집에 들어가는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본다. (이 점을 아내에게 강하게 어필해서 불만을 누그러뜨려야겠다.) 그는 부모님 일인데 이렇게까지 변명조로 말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상황이 바뀌어서 장인어른이나 장모님이 이런 일을 겪게되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을 해보려다가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문앞에 도착해서 심호흡을 크게 쉬고 우리집에서 가장 좋은 도어락을 누른다. '왔어~ 늦었네' 매번 늦어서 그런지 티는 안내지만 뾰루퉁해있다.그런 아내에게 식빵을 건낸다. '이거.. 나의 하나뿐인 훈장, 서울 재건축 아파트(13) A씨는 아현역에 내려서 걸어간다. 그는 아현역을 어두컴컴한, 유동인구가 적어서 구역사 실내 인테리어를 유지하고있는 역 내부가 인상적이었던 동네로 기억했다.2010년 전후로 마포, 특히 공덕~아현으로 이어지는 부분의 재개발이 크게 이뤄졌었다. 3년전 마래푸 임장할때 와본적이있다.당시에만해도 직장도 없었고 부동산에 관심도 없었지만 그래도 마포의 랜드마크같은 아파트라고 생각해서 와봤었다.지금은 마포더클래시라던지 다른 신축이 더 생겨서 예전만한 위용은 줄었지만 그래도 마래푸는 마래푸다 라고 생각했다. A씨는 아파트를 사기 전에도 당시 가진 예산으로도 마래푸는 어림도 없었지만 지금와 다시 돌이켜봐도 준신축에 가까운 아파트를 안사길 잘했다는 마음을 가진다.그는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선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이전 1 2 3 다음